알기는 여섯 달 전부터 알게 되었지요...
아내가 다니는 직장과 광역권에서 시험을 치고, 자격이 되어 신청을 하게 되었고....
6개월의 직무 연수과정을 가지게 되었구... 그 중에 한달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을...
헌데, 그 날이 아주 멀꺼라 생각을 했습니다...(사실 그날 이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던 거죠...ㅎㅎㅎ)
그런데, 그날이 왔습니다....
쿨(?)하게 보내 주고 싶었는데요... 며칠 전부터 그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게 현실의 제 실체였던것 같아요...
(마음 속으로는 정말 쿨하게 보내 주고... 외조 잘해 줄 수 있을것 같았는데....)
이제 아내가 떠난지... 19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비행기에서 멀리 날아가고만 있을 것이고..
아마도 좁은 곳을 싫어하는 아내는 그 폐쇄된 공간이 너무 답답해서... 정신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 때는 제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
...
...
오지 않을 것 같은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제 저녁 퇴근해 오니... 현관 문 옆에 이런 짐이 꾸려져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아내가 떠나는 날이 다가온 것이죠......
퇴근을 하면서... 수십번 되내었습니다... 웃어주자고... 쿨하고 깨끗하게 멋지게... 보내주자고....
그런데,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하루종일 마음먹었던 그 마음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웃음도 없어지고... 정말 퉁명스러워 졌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매마르게 그날 밤이 지나갑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내를 기차역까지 배웅하려 일찍 일어납니다... 함께 가는 분들과 만나... 기차를 마지막으로 배웅을 합니다....
이제는 형식으로라도... 아니지요... 정말 쿨하게 보내 줘야 할 때입니다... 편하게 해 줘야겠죠.....
아내가 기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이제 한달 동안은...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 시간도 다 못채우고...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집으로 일찍 돌아옵니다...(제 마음이 마음이 아닙니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먼저 포옹을 찌~~~인(?)하게 해 봅니다...
아이들도 저랑 찐하게 포옹을 하더군요....
제가 정신을 잃으면 안될것 같아서... 아이들을 독려하여... 어지럽혀진... 집안을 청소합니다... 아이들에게 여유를 줘선 안된다는 생각이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오늘 아침 7:30분부터... 둘이서...(이제 막 12살, 7살이 되는 자매....) 잠이 오지 않아서... 일어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들어온 4시까지.... 아이들은... 근 열시간을 자기들 끼리 있었다는 것이죠....
아침 9시에 아침밥을 먹었다고 제게 메세지가 왔구요....
12시에 밥 먹고, 옷 입고, 피아노 학원을 같이 다녀 왔구요.... 오늘 이모님께서 사정으로 오시지 못하셔서....
2시에 돌아와서는 제가 올때까지... 2시간 이상을 또 둘이서만 있었다는 것입니다.....
들어오면서의 제 마음이 이 아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도, 제 마음가는 데로 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아내의 화장대를 치웁니다... 문득문득 아이들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들에서 아내를 볼 수 있다는 생각과... 평소에 널브러져 지저분하던...
화장대를 치우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죠....
아이들이 도와 주어서... 쉽게 화장대에서 아내의 흔적을 최소한으로 하는데는 성공을 합니다...
곳이어 저녁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일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죠....)
큰놈 말로는 오늘 할아버지께서... 걱정이 되어 아이들에게 몇번이고 전화가 왔다는 것입니다...
걱정이 되어... 집밖에는 나가지 말라고 말이죠....(아버지도... 집밖에 나가지 않고 한달을 어떻게 보내라구....!!!! ㅎㅎㅎ)
아이들 맛있게 먹으라구...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봅니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가 일입니다...
뭔지 모르게 작은 놈은 저에게 딱 붙어서... 새로운(?; 아내가 없는) 분위기에 적응을 하려 하는데, 큰 놈은 바깥으로 노는게 아니겠어요...
눈도 약간은 충혈이 된 듯해 보이구요...
셋이 함께 밥을 먹는데, 식사기도를 언니인 현주에게 시켰습니다....
현주가 식사기도를 하면서... 한달동안 멀리 공부하러 간.. 엄마 이야기와
건강이 좋지 않은 작은아빠를 간절히 기도했는데요....~!!!! 현주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제가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였으니... 현주는 어떠했겠습니까?
말없이 조용하게 자기의 오므라이스를 다 먹은 현주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빈 그릇을 싱크대에 올려 놓고서는 현경이와 제가 밥 먹는 틈을 타 조용하게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때까지는 별다는 느낌을 알아채지 못했는데... 현경이가 아빠에게 이럽니다...
"아빠~! 언니.. 오늘 많이 울었다...~! 그것도 몇번을 울었다고..., 눈이 빨게 져 있다니까...." 라는 겁니다.......
안그래도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에... 현주를 부릅니다...
자기 방에서 조용하게 있던 현주가 나오는데.... 눈에 벌써 눈물이 가득합니다....
그냥... 안아 주었습니다.... 현주도 아빠도 그냥 울었지요....
달래 주었는데도 현주는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나 봅니다....
그냥 또 자기방에 들어가서는 현경이랑 밥 다먹을 때까지... 조용하더군요....
현경이가 밥을 다 먹고, 저는 설겆이를 하려고 하는데,
언니에게 다녀온 현경이가
"아빠~! 언니가 좀 쉬고 싶데요~!" 하면서, 자기들 방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걱정이 되어....
큰 딸아이 방을 노크하고 들어갔는데...
자기 침대에 엎드러져서는 머리를 이부자리에 깊이 뭍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제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아이를 쓰다듬자 말자... 큰 아이의 대성통곡이 시작됩니다....
상태가 심상치 않아....
왜 이러는지를 알아야겠다 싶어... 이것저것 원인이 될 만한 것을 물어 봅니다...
"현주야~! 왜 그러니?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래? 아니면 남아 있는 우리가 슬퍼서 그래?" 하고 물었더니...
그냥 현주는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래서 한번을 더 물었죠.... 그랬더니...
현주는 제 머리를 덜컥 할 대답을 합니다...
"아빠~! 엄마도 보고 싶고, 남아 있는 우리도 슬픈데... 내가 왜 이렇게 이유없이 슬픈지 모르겠어요~!"
아이의 그 말이 저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아~! 이 아이가, 오늘 엄마랑 한달의 해어짐을 가지고, 동생이랑 둘이서만 하루종일 있으면서...
동생을 깨우고, 아침밥, 점심밥을 먹이고, 씻기고, 옷가지를 입혀서, 학원을 다녀오고, 차가 다니는 신호 없는 길을 건너고,
엄마와 아빠는 물론, 할아버지께서도 걱정이 되어 시간만 되면... 문자 남기고, 전화하고....
현주가 받아야하는 그 스트래스와 중압감이... 완전하게 확~! 하고 저에게 쏟아지는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12살짜리 아이가... 저도 일찌기 겪어보지 못했던 중압감을 가지고 있다는게.....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현주랑 한참동안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구... 그리고, 그럴 필요 없다구...
아빠가 다 지고 가야 할 몫이니까... 그냥... 현주 너는 그져 12살 이쁜 꼬마아이이면 된다구....
그렇게 수십번을 이야기하고, 아끼고, 쓰다듬어 주었더니...
조금은 풀려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여기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나다니요.... 아직도 저는 신기합니다... 이 일 때문에... 이시간까지... 제가 잠들지 못하구... 이 글을 남기는 것일 것이구요....)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둘째,, 현경이가요... ...... 다가와서는....
"언니~! 그러지마~! 이제 엄마 올 날이... 하루가 지나가고 있잖아~!"
그러면서... 언니를 위로하고 나서는게 아니겠어요....
정말 신기한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아직도 어리기만한, 이제 갖 7살이 되는 현경이가 12살짜리 언니를 위로하겠다고 나서는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더 큰 일이 일어납니다....
언니와 아빠의 상황을 보던 현경이가...
조용하게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선.. 아빠의 언니 현주 위로의 시간이 계속 되었죠....
한참 후에... 뭔가 '삐~이, 삐 ~이'하는 익숙한 비프음이 들려 옵니다....
많이 듣던 목소리이구요... 현주와 저는 그게 냉장고 문 열린 소리라는걸... 함께 알아 챘습니다......
'현경이가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어 먹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조금 더 후에, 언니 현주를 진정시키고서는 거실로 나오면서.. 현경이가 거실탁자에서 그럼을 그리고 있는 걸.. 보고 주방으로 돌아옵니다..
식탁위에... 널부러진... 반찬 통들이랑... 저녁밥을 먹은 상과 설겆이를 하기 위해서이죠....
그런데, 식탁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게 아니겠어요....
?????? ~~~~~~~ !!!!!!!
"현경아~! 식탁위에... 있던 반찬 통, 니가 치웠니?"
"네~! 아빠~!"
이런.... 일이~!!!!!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둘째 현경이가 아빠와 언니가 슬퍼하고 이야기 한다고...
자기가 직접 아빠를 거들겠다는 마음에... 식탁위에 있던... 반찬통들을 모두 닫아서... 냉장고에 집어 넣고...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넣어 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냉장고 문이 오랫동안 열렸을때 나는 비프음이 들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착하고 대견한 일들을 한 현경이는 태연스럽게 거실에 앉아 자기 놀이(?)를 하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정신이 버쩍 들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큰 놈 현주와....
작은 놈... 현경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감동스럽던지요.....
이 아이들이... 제가 생각하는 12살 7살 꼬아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요놈들을 어떻게 사랑해 주어야 할까요?
그래서 결정한 것이... 오늘의 이 긴(?) 상황을 남겨 두자는 것입니다.
이 감동을 꼭 남겨서... 길이길이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까지.. 제가 감동에 겨워....
이 글을 타이핑해 내려가고 있는것일 겁니다.....
그냥 있을 수 없었지요.....
제가 할 일에 충실합니다.....
어제 저녁까지 아내의 공간이었던... 주방을 청소하고...
집안 정리와 아이들 씻기기까지 마치고서는...
아이들과 자지러져라...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들의 긴 하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피곤했던지 TV를 보다가 잠이 들더군요... 물론 큰 놈 현주는 불금이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의 원래 기분으로 돌아와 있었구요....)
(재우는데, 얼마나 힘들었던지...ㅎㅎㅎ)
그러고서는 이 시간까지.. 이렇게 감동에 겨워... 이 글을 저는 남기고 있습니다....
짧게 감동한 마음만 남기려 했는데, 무척이나 길어진 것 같습니다.....
하기사 이런 마음은 쉽게 생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아내가 공부를 하러 간 한달 동안 가족들과 아이들에게 열심을 더 하고, 충성해야 할 일이 첫날에 생겼습니다....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이제 아이들이 커 갑니다....
더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너무나... 감사합니다......
현주야~! 현경아~! 아빠가 너희들 무척이나 사랑한다....
(이제 마무리 하고 아이들 사이에 낑겨서... 잠자러 가야겠습니다... 내일은 더 잘 해 줘야죠.....)
2014년 1월 17일(금) 26:54 (1.18 02:54) .
한돌이의 보금자리에서 밤이 새도록 잠이 들지 못하고 있다..... .
(아~! 지금쯤...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고 있겠네..... 메세지라도 한통 주지.........) .